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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 르 : 드라마
감 독 : 김기덕,
주 연 : 장동건,김정학,박지아,유해진,
출시일 : 2003-02-18

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는 그 곳…

동해안의 바닷가, 그러나 한켠에는 ‘경고!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
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다’라는 경고판이 서있다. 어느 날 밤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에 취한
채 위험한 정사를 벌이던 두 남녀, 영길과 미영이 강상병의 야시경에 잡힌다. 푸르스름한 남자
의 등짝을 본 강상병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 총을 쏘아대고, 남자의 몸은 탄환과 수류탄에 갈가
리 찢겨진다. 시체를 본 강상병은 하얗게 질리지만 사건을 속히 마무리하려는 내부의 지시로 포
상휴가를 받고 사회로 나온다. 하지만 죄책감과 정신분열에 시달리는 그의 난폭한 행동을 견디
다 못해 애인도 떠나버리고, 부대에 복귀한 강상병은 총을 들고 탈영하는 등 번번이 말썽을 일으
키다, 정신적인 장애를 이유로 의가사제대에 처한다.
한편 남자친구 영길이 자신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모습을 본 후 미영은 실성한 여자가 되
어 부대 근처를 떠돈다. 부대원들의 총이나 공을 빼앗는가 하면, 아무나 붙잡고 영길이의 이름
을 부르며 입을 맞추던 미영은 여자에게 굶주렸던 부대원들에게 차례로 강간을 당한다. 미영의
오빠는 부대원들이 미끼로 썼던 후레쉬, 축구공, 철모 등을 하나씩 들고 나타나는 미영의 수상쩍
은 행동을 주의깊게 지켜보다, 급기야 불러오는 미영의 배를 보자 참지 못하고 부대에 쳐들어간
다. 헌병대에 고발하겠다는 미영의 오빠의 협박에 부대장은 강간범들을 하나하나 색출해낸다.

매 작품마다 뜨거운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영화적 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김기덕 감독
과 충무로 톱스타 장동건의 만남은 한국영화의 색다른 이변을 예고한다.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
은 두 남자가 만나서 탄생된 <해안선>은 감독의 고집과 스타의 영향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
다.
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모두 그의 삶으로부터 온다. 그의 영화 안에 있는 고통과 폭력, 슬픔과 아
름다움이 그토록 솔직하고 생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. 인물들의 상처받은 눈빛을 직시하거나
핏빛이 남아있는 그들의 손을 맞잡기는 차마 버겁다. 그래도 우리들은 외면하지 못한다. 설혹 그
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‘나쁜 남자’일지라도. 김기덕 감독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해병대에
서 5년간 복무했다. 이 작품은 그 시절에 얻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과 추상적인 문제의식이
흥미롭게 뒤섞여 있다. 아무런 자의식 없이 집단적인 광기의 희생양이 된 강상병 캐릭터를 통해
감독은 우리를 전쟁 없는 전쟁 영화라는 진기한 경험으로 데려간다. 해안선, 그곳은 한반도 전체
의 알레고리이자 김기덕 감독의 본격 심리스릴러가 펼쳐지는 공간이다...